무언가 내가 할 일이 있다고, 좀 더 정확하게는 내가 그 일을 해야 한다고.. 그렇게 살았다.

나의 게으름으로, 또는 나의 과욕으로 그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 갔고 결국 나는 소중한 많은 것들을 잃었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소중한 몇 가지를 얻었다.



이제 나는 안동에 있다. 나의 본향인 이 곳에, 늘 꿈에도 금의환향을 염원하던 이 곳에, 그저 부끄러운 모습으로.



그런 마음으로 찾아간 영호루. 아…영호루. 너무하지 않은가? 안동시민이여…



영호루를 이리 두고 안동에서 잠을 자고 있는가? 그러고도 안동이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떠벌리고 있는가? 차라리 영호루를 허물고 그저 표석 하나만 두라.



헐벗은 안동의 정신을, 흡사 아버지의 유산을 자랑하는 못난 아들놈의 모습을, 바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중의 아픔을 느꼈다. 그러면서 분노가 치민다. 차라리 정신문화의 수도란 케치프레이즈를 거두라.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