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정생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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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 선생님께서
오늘 오후 2시 18분 영면하셨습니다.
아픈 몸으로 일생을 아동문학에 힘쓰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례식은 <민족문학인장>으로 치뤄집니다.
영결식-5월 20일(일) 오전 9시
빈소-안동병원(821-0857)



작은 사람, 권정생

임길택

어느 고을 조그만 마을에
한 사람이 살고 있네.
지붕이 낮아
새들조차 지나치고야마는 집에
목소리 작은 사람 하나
살고 있네.

이 다음에 다시
토끼며 소며 민들레 들
모두 만나 볼 수 있을까
어머니도 어느 모퉁이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 잠결에 해 보다가
생쥐에게 들키기도 하건만
변명을 안 해도 이해해 주는 동무라
맘이 놓이네.

장마가 져야 물 소리 생겨나는
마른 개울 옆에 끼고
그 개울 너머 빌뱅이 언덕
해묵은 무덤들 누워 있듯이
숨소리 낮게 쉬며 쉬며
한 사람이 살고 있네.

온 몸에 차오르는 열 어쩌지 못해
물그릇 하나 옆에 두고
몇며칠 혼자 누워 있을 적
한밤중 놀러 왔던 달님
소리 없이 그냥 가다가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고

그러다가 몸 가누어야지
몸 가누어
온누리 남북 아이들
서로 만나는 발자국 소리 들어야지.
서로 나누는 이야기 소리 들어야지.

이 조그마한 꿈 하나로
서른을 넘기고
마흔을 넘기고
쉰을 넘기고
예순마저 훌쩍 건너온 사람.

바람 소리 자고 난 뒤에
더 큰 바람 소리 듣고
불 꺼진 잿더미에서
따뜻이 불을 쬐는 사람.

눈물이 되어 버린 사람.
울림이 되어 버린 사람.

어느 사이
그이 사는 좁은 창 틈으로
세상의 슬픔들 가만히 스며들어
꽃이 되네.

꽃이 되어
그이 곁에 눕네.